지독한 사랑 글 / 윤 정 덕 밤 여덟 시의 골목길 외등을 지나 달빛 고스란히 내리는 들길 지팡이를 짚은 할머니의 그림자에도 달빛이 내린다 곰방대를 차고 떠난 할아버지의 달 속에도 할머니의 그림자가 있어 추억만 먹고사는 할머니를 툭하면 불러냈다 빈 껍데기 사각이는 삶의 끝자락에서 홀몸으로 더는 이렇게 살 수 없어 온 날을 맨발로 헤매다 눈물 다 퍼주고는 종 내는 뒤돌아 섰다 찬이슬 핀 할머니의 그림자에 낭랑한 바람소리만 울고 간다 이름 모를 밤새가 운다 울다 울고 떠나갔다 할머니는 자꾸 목이 마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