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정경[庭景]              글 / 윤 정 덕 가을이 걸어가고 있는 오후 주름살이 겹으로 쌓인 아주머니가 원앙이 그려진 이불을 토닥토닥 털고 있다 긴 세월 가을에 바래진 깃털이 바람 속으로 흩어진다

젊은 여느 때 몹시 흔들리던 애증의 흔적과 이유 없는 애정으로 덮어주던 아이들의 체온이 빠져나간 이불깃에는 한 생의 울다 지샌 흔적이 그려져 있다 가시나무 울타리에 작은 새 가슴이 흰 새 울면 더 서러운데 또 그렇게 울고 떠나간다 산발한 바람이 이불에 핀 원앙 보풀을 마당으로 떨구고 있다 보풀이 울타리를 따라 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