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사랑




인적이 드문 이른 새벽 거리에서
큰 가방을 든 두 남녀가 택시를 세웠다.

"아저씨, 여기서 가장 가까운 호텔로 가 주세요."
사십대 초반쯤 돼 보이는 여자의 말에
경철씨는 백미러로 그들을 힐끗힐끗 쳐다보았다.

"여보 지금 당장 당신을
집으로 모셔갈 수 없어 정말 미안해요."

"이해하오. 꼭 오년만이구료.
아이들은 많이 자랐겠지?
"네. 나리와 경민이가 중학생이 됐어요.
여보, 아이들이 좀 더 자라
당신을 이해할 수 있을 때까지만 기다리기로 해요..."

"알겠소. 내 이제부터 당신이 시키는 대로 하리다.
뭐든 말만 하시오."
남편이 아내의 어깨를 다독거리며 말했다.

"당신은 미국에서 오년동안 계셨던 거예요.
우선 따뜻한 물로 목욕한 뒤 푹 주무세요.
그사이 제가 나가서 당신이 갈아입을 옷을 사 오겠어요.
그런 다음 편하게 식사를 하고
아이들의 선물을 사서
저와 함께 집으로 가면 돼요."

그러자 남편은 아내의 손을 꼭 잡은 채
고개만 끄덕거렸다.
그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그제야 경철씨는 그들의 딱한 사정을 알게 되었다.

 

 

*



작은 식료품 가게에서 잠깐 차를 세운 경철씨는
김이 모락모락 오르는 두부를 한 모 사서
차 안에 있는 그 부부에게 내밀었다.

"잠시 차를 세워둘 테니 이것 좀 드시죠."

몇 번이나 고맙다는 말을 전하는 그들을
차 안에 남겨둔 채 한참을 밖에서 서성거리던
경철씨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

몇 년 전 천안 교도소 앞에서
두부를 가져와 기다리고 있던
죽은 아내의 웃는 얼굴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 김문식*옮김 -



세상엔 말 못한 상황이
수없이 많이 존재합니다.
하지만 최악의 순간에도 사랑은
항상 곁에 존재함을 잊어서는 안됩니다.

- 생각이 곧 희망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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