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시 한 계절이 지나가며』조 용 순
낙엽 뒹구는 들녘엔 차가운 바람은 뒤돌아 보지 않고 스쳐가는데 나는 아직도 서성이며 누군가에게 길을 묻고 있다
순리대로 가는 길이야 보이지 않는 것은 아닌데 이맘때면 자주 글썽여지는 눈물 때문에 모두가 회색빛으로 보이고 있어
한 계절이 스러져 가며 살아있는 날에 그 최후의 얘기들을 남겨 놓으니 잠들지 못하는 이들과 미명의 숲을 배회하고 있나 보다
제 이름을 지니고 존재하는 만물들은 모두 저마다 깊은 뜻을 지니고 있어 불꽃처럼 태우고 스러져 가도 더러는 뜨겁게 심장을 뛰게도 하는데
가슴을 맑히고 순결한 소망으로 곱게 피어나고 싶은 이들을 위하여 어디선가 국화 향기는 가슴 저리게 풍겨오고 있기에 그대 가슴에 내 영혼을 묻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