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오면
글/ 장 호걸

내 눈 속에 담긴 깜장 고무신
묵묵히 지키고 서있는 동상 같은
기다림이 아니어도 기다림으로 오는
썩어 가는 갈색 무덤
분홍빛 수줍음으로 오는 녹색의 사신

세월 뒤꼍에 꼭꼭 숨어 술래잡기라도 하려나
찾지 못한다고 그만 나와도 좋으련만
영원히 술래인 나에게 쌓인 몸 짖은
연분홍 설렘은 또 그렇게 스러지는 꽃잎의
아픔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