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때문에/박임숙

향기난 만한 꽃이
속절없이 그 향을 잃어 버리고
바닥에 드러누웠다.

천지에 연둣빛이 탁탁 튀어
눈이 시리어지는 날은
일 년 삼백예순 몇 날 중
보름쯤에 불과하다.

바람을 사랑한 진실도
마음 담아 언약한 모든 것들이
너덜너덜하게
낙화로 변하고 말았다.

봄비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