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들의 빈방 ****

      아침에 눈을 뜨면
      성수반에 잔잔히 성수를 채웁니다.
      그리고 아들의 빈방에 들어 서지요.

      오늘 하루도
      몸과 마음이 건강하고 평화롭기를
      기도하는 마음으로
      벽에 걸린 아들의 모자를 어루 만집니다.

      박박 깍은 머리에 모자 쓰고
      훈련소로 떠나던난
      뙤약볕 쏟아지는 연병장으로 달려가며
      청춘의 모든 미련 아낌없이 털어내듯
      엄마 손에 건네던 바로 그 모자.

      눈물겨운 축제와도 같던
      작별의 연병장에서
      어딘가로 전화를 하며 손등으로 눈물을 닦던
      어느 아버지의 쓸쓸한 모슴이
      새삼스레 떠올라 마음이 아프네요.

      내가 그때 울었던가요
      울지 않으려고 고개를 돌렸던거 같습니다.
      이병 아빠가 내 손을 잡아 주었는데
      얼음처럼 차갑더랍니다.
      우리는 서로 얼굴을 보지 않았습니다.
      고개를 돌리고 딴청을 부렸지요.

      아들의 빈방을 나서며
      습관처럼 중얼 거립니다.
      사랑하는 내아들
      오늘 하루도 평화 롭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