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움

                                 글 / 강인숙


      부풀어 오르기 시작이다
      북쪽의 기류를 타고 내려오는
      계절의 양성 바이러스가
      체온을 앗아가는 무게 만큼
      온 몸으로 퍼진다

      푸른 상처 남기고 사라져 버린 여름
      화상만 입힌 채 물러나 앉았는데
      골목길을 들어 선 가을 냄새는
      기억 저편의 권태롭던 그리움마저
      구석구석 퍼뜨리고

      방황의 시간
      설레이는 가슴 진정시키려
      이 가을을 불러들였는지 모르겠다
      남겨진 시간
      감각 잃은 밀초신경 일으켜 세우려
      천군만마를 몰고 왔나 보다

      아니지, 아니지
      겨드렁이 간지럽히는 소슬바람에도
      자꾸만 서글퍼 지는 걸
      화상을 입히고 돌아서 버린 여름보다
      더 뜨거워 지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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