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쯤 들녘에는
글/장 호걸

낯익었던 들녘은
어느샌가 떠날 채비를 다하고
마지막을 발하는 의연함이
이처럼 아름답다

햇살 가까이 머물던 푸름이
쓸쓸함이라던가, 외로움이라던가
들어설 자리 없었지만

낯설어 가는 지평으로
앙상한 몰골들이 뒹굴면서
한 걸음씩 멀어져

이제는 쓸쓸하다고
이제는 외로워진다고
갈 바람만 텅 빈 들녘에서
햇살 멀리 울어

또 성큼 다가올 봄날
맞이할 채비를 하면서도
새싹들의 젖 물림하고
기다림은 말라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