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
(벗을 떠나 보내며)


/시현


당신이 훌쩍 떠나버린
이곳은 너무 조용합니다.
당신이 살아오신 질펀한 세상
가깝고도 멀었던 그 곳을 오가며
나는 한 잔 또 한 잔의 술을 마십니다.
오늘은 지독하게도 푸른 하늘이 싫어서
사랑과 이별과 추억을 어둠 속에 묻습니다.
우리는 다만 평범하고 싶었을 뿐
비가 쏟아지는 날이면 빗소리로
바람부는 날이면 바람소리로
그렇게 대답하고 싶었을 뿐입니다.
드리워진 장막을 거두면 그 곳엔
무표정한 얼굴이 있었을 따름입니다.
당신과 내가 꿈꾸던 그 곳에도
역시 흔한 빛 바랜 일상이 있었을 뿐입니다.
오늘도 굴러내린 바위를 밀어 올리며
당신이 가신 그 길을 갑니다.
아파하지 말고 슬퍼하지 말으소서
다만 평온한 눈빛 지그시 감고 가소서.
나는 오늘 한폭의 풍경화를 바라보며
닫혀있는 어둠속으로 난 길을 걷고 있습니다.
오늘 기우는 해는 어제의 그 해는 아닐지라도
나는 또 새 날을 열고 있을 것입니다.
당신이 내려 놓으신 그 짐을
내가 다시 짊어지고 걸어갈 것입니다.
모두 털어놓고 가십시오.
아쉬움과 안타까움이 슬픔으로 출렁거립니다.
벗이여 그럼 다시 만날 때 까지 안녕히.
(2010.1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