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은 여행을 떠났다
글/장 호걸

떠나는 발걸음 소리가
신이 났습니다
아지랑이와
달래 냉이가 배웅하러 왔어요
함께 다녀오자던 친구들이
아직도 옷을 못 갈아입었는가 봅니다
좀 이른 여행이기도 해요
하지만 빨리 떠나야 할 것 같아요
그래야 집수리를 한다네요
들녘이나 산에나 손 볼 곳이 많다네요
그래요 여행을 빨리 가야지
집 수리할 때 걸고 치지 않겠지요
알아요, 그들은 그런 생각 아니란 걸
그러나 섭섭해요
내 눈으로 확인할 수 없는
그것이 보고 싶은데
다들 내 마음 몰라 주는 게
슬퍼요

이곳 여행지가 낯설지 않아요
매년 왔던 곳 같아요
하지만 내 태어나 자란 곳
그 대지가
벌써 그리워지네요
온 지 얼마 되지 않아서
그곳 소식 들었어요
개나리도 꽃을 피웠다고 하네요
진달래도, 살구도 꽃을 피웠다고 하네요
나는 이곳에서
눈꽃 담아와 향수를 달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