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아둔 여정(餘情)

청하 권대욱

혼자 몰래 收集하여둔 세월을 펼쳐봅니다
어린아이의 수줍은 설래임도
코흘리개의 無數한 무지개 빛 그리움도
떠꺼머리 총각의 붉그스레한 순정도
햇 신랑의 어설픈 첫사랑도 같이 담겨 있습니다

그저 이쁘기만 한 첫딸의 해맑은 미소가
둘째 아이 낳은 아내의 서러움도
막동이 고추 만지던 울어무이의 부픈 꿈도
까르르 웃음 함께 담겨 있습니다

사립문짝 고향 城隍堂 솔바람 뒤로 하던 날도
푸른 파도 그 소리에 잠 못 이룬 꿈결 望鄕도
코 베어간다는 깍쟁이 틈바구니의 아픔도
앞 뒤 없이 가득 담겨 있습니다

모든 것이 내가 수집하여둔 것이길래
아픔 마저도 웃음 마저도 꺼내어봅니다
동짓날 그 날이면 샛바람에 보낼 것입니다
그래도 또 수집할 것이 있나하여 두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