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월의 연가(戀歌) / 송해월 ♡
사랑하는 사람아
햇살의 단내가 향기로운 오월에는
바람 부는 숲으로 가자
한바탕 꽃 잔치 진탕하게 끝내고
자리 털고 일어나는 저 봄 그늘에
눈치 없이 뒤풀이 마련한 속없는 여편네 같은
저 아슬한 꽃들일랑
바람에 부풀대로 부풀어 터져
활짝 벙그러지든 말든 상관 말고
우리 떡갈나무 무성한 숲으로 가자
모든 것들이 나름대로 족하여
잠시 접어 두었던 꿈들을 들춰내는 오월에는
너와 나 또한
너와 나 말고 그 무엇이 필요하랴
삼백예순다섯 날을
그분께서 허락하신 목숨 다하는 그날까지
돌고 돌아 정신없이 살지언정
사랑하는 사람아
눈부신 오월 어느 한 날에는
머리카락 세는 고단한 일상(日常)
한켠에 곱게 접어 두고
골 골마다 뻐꾸기울음소리 바람에 흥건히 젖는
떡갈나무 숲으로 가자
망개꽃 넝쿨 져 엉겨 오르는 것처럼 우리
오월 하루 한 날 그렇게 얼크러져
바람에 씻기운 살내음 영영 잊지 못할
떡갈나무 숲으로 가자
사랑하는 사람아
삼백예순다섯 날을 겹으로 살면서
오월 어느 하루 한 날에는 숲으로 가
너는 밤새워 쏟아지는 밤비가 되고
나는 흐득 흐득 흐느끼는 메아리가 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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