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편지
글/장 호걸

우리 서로 스친다 해도 알아보지 못하겠지요
그러나 당신은 언제나 곁에 있었습니다
저물어 가는 초가을 오늘도 분홍빛 노을이 탑니다
향기가 없는 노을은
수많은 순간을 돌아다니며
어떤 때는 내 마음 당신이 다 가지고
동행하고서, 추억의 공간과
시선이 교차할 때마다 떨렸어요
전신을 휩싸며 달콤한 냄새가 나요 당신에게서
또한 분홍빛 기억을 들고 나와 슬그머니 손이라도
잡아 줄 거라 믿고 있습니다
어디쯤일까요, 가을은 분홍빛인데
분홍빛 가을이 한 잎씩 떨어지면은
무척 고단한 밤은 잠을 이루지 못합니다
어쩌면 이런 밤과 동행이란
하고픈 말들은 입속을 맴돌며
나뭇잎같이 우수수 떨어져 이리저리
바람을 걸어가요
이렇게 술렁이는 당신에게
추억 가지끝에 옹기종기 모여
허물을 벗어요
한 시절을 익힌 어둠,
그 얼굴, 분홍빛은
정지된 시간 오늘도
보름달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