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당신이 텃밭을 돌보는 모양을 마루에 앉아서 지켜볼 때가 가장 행복했어요. 농부들은 아마도 모두가 시인이 되어버릴거예요. 쑥갓에 붙은 벌레를 잡거나 달팽이를 집어내고 진딧물을 털어낼 때에도 상하고 죽지 않도록 부드럽고 조심스럽게 나뭇잎 위에 올려 놓았다가 멀찍이 내다 버리던 당신이 좋았어요. 당신도 이제는 나이가 많이 들었겠지요 우리가 지켜내려고 안간힘을 쓰고 버티어왔던 가치들은 산산이 부서졌지만 아직도 속세의 먼지 가운데서 빛나고 있어요. 살아 있는 한 우리는 또 한번 다시 시작해야 할 것입니다. 당신은 그 외롭고 캄캄한 벽 속에서 무엇을 찾았나요. 혹시 바위틈 사이에 뚫린 길을 걸어 들어가 갑자기 환하고 찬란한 햇빛 가운데 색색가지의 꽃이 만발한 세상을 본 건 아닌가요. 당신은 우리의 오래된 정원을 찾았나요...? 황석영/오래된 정원중에서

김광석/어느60대 노부부의 이야기
jang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