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밀한 동거 / 권오범

긴 속눈썹에 오동통한 들창코
발그스름한 볼 미소가 그만인
벙어리지만 투명한 마음씨의 그녀를
식구들 몰래 내방에 끌어들였다
속곳만 입혀 옷장 귀퉁이에 숨겨놓고
세월없이 사랑할 요량으로
처음엔 퇴근 후 
나의 아랫도리 온기가 남아있는
다보탑만 골라 먹였다
달포쯤 지난밤 
음흉한 미소로 그녀를 깨워
옷을 벗기고 알몸을 들여다본 순간
속이 너무 빈약해 허깨비인 그녀
그날부터 이순신장군의 충정을
습관적으로 주입시켰다
그래도 만족을 모르는 그녀를 위해
학을 잡아 먹이다 
결국엔 내가 조급증에 걸려
퇴계 영정으로 애무해주기를 일년 여
그녀는 나도 몰래 만삭에 
거식증까지 앓고 있었다
식구들 외출한 틈타 산파노릇 하고보니
세상에나 세종대왕을 
서른이나 낳을 줄이야
얼른 나에게 입적시켜야지, 성은이 망극하여라
난산으로 인해 생을 마감한 그녀가 불쌍하다...^^  

너를 기다려/거침없는 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