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 심기..... 텅~! 텅~! 텅~! 겨우내 잠들어 있던 경운기를 깨워 텃밭에 잘 썩혀 두었던 퇴비를 바리바리 실었습니다.. 너른 밭에 퇴비를 골고루 뿌린 후 다시 경운기에 쟁기를 끼워 밭을 갈아 엎었습니다. 깊은 겨울잠을 자던 부드러운 흙들이 따스한 봄 바람이 넘실거리는 세상 구경을 하며 기지개를 폅니다. 많은 밭이야 트렉터로 하지만 얼마 되지 않는 텃 밭이라 운동이나 할 겸 해서 오랫만에 경운기를 부리며 덤벼 들었는데 한동안 하던 일이라 그런지 금새 얼굴엔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힘니다. 농촌에서 여지껏 자랐지만 직장을 핑계로 부모님들에게만 전적으로 의존하던 건달 농사꾼이다 보니 모든게 서틀기만 합니다. 철 모르는 집사람은 아침에 '어머니! 힘들게 농사 하시지 마시고 나중에 좀 사먹죠??" 했다가 어머니께 면박을 받았습니다. 작은 농토라도 기냥 놀리시면 큰일 나시는 줄 아시는 어머니... 농사를 지어봐야 몇푼 되지 않지만 어렵게 농사지어 자식들에게 조금씩 나누어 주시는 부모님의 그 크나큰 사랑과 즐거움을 철모르는 자식들은 알까요? 얼마 안되는 고랑을 일구어 어머니와 함께 감자를 심고 마지막 비닐까지 쒸우고 나니 그래도 한나절이 흘쩍 넘어 버렸습니다. 겨우 몇시간 밖에 되지 않는 일들인데 몇 주째 부터 주말에 집에 들리면 감자 심을 걱정을 하시는 어머님의 말씀을 못 들은채 외면했던 내 자신이 좀 부끄럽습니다. 몇 고랑 되지 않는 감자 밭이지만 그것을 보시는 어머니의 눈에는 무슨 큰 걱정거리라도 덜은듯한 안도감과 함께 세상의 모든것을 다 가진듯한 만족감이 넘실 거립니다. 감자 심기를 마치며 연장을 챙기는 제게 어머니께서는 한말씀 하십니다. "애! 내년엔 감자 심지 말고 이젠 사먹자!" "왜요??" " 너도 휴일에 쉬지도 못하니 힘들고 애 엄마도 이제 사 먹자고 하니... " "그럼 뭘 심으시게요?" " 내년부텀 콩이나 심어 먹자!" 자식들이 아무리 크고 나이가 먹어도 어머니 눈엔 아직 여린 아들인가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