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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디로 가는가
             ====  이효녕 ====

태어나면서
괴나리 봇짐 하나 걸머지고
이리도 멀리 왔나요.

선택하고 선택받은 운명의 희미한 흔적들
가슴에 뚜렷하게 찍혀 있으리라고는
조금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모가난 인생 길
한마리 새로 힘차게 공중 날아
온 산이 파랗게 출렁이기도 했지만
지난 세월에 오래도록 날아간 살과  뼈
날지 못하는 날개 물끄러미 바라보며
돌아가기엔 너무 멀리 왔습니다.

비 바람에 숱하게 구멍 난 상처
아무도 보이기 싫어 가슴에 부여안고
뒤안길을 걸어가며 쓸쓸하게 웃지만
스치는 마음 하나가 다독거려 줍니다.

노도 없이 묶이지 않은 빈 배에 실려
세월이 물결 헤치고 강을 건너 가지만
바람 입에 문 나그네가 되어버린
나는 어디로 가는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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