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비탕 / 김재준


한 두름의 굴비들이
출퇴근처럼 엇갈려 누워 있다

머리가 이쪽인 놈들이 굴비(屈非)라면, 그럼  
머리가 저쪽인 놈들은 비굴(卑屈)인 셈인가

저쪽의 출근과 이쪽의 퇴근이
지푸라기에 묶여 한 두름이다

산다는 것도 한 떼의 조기들이
엇갈리게 누워 아귀를 맞추는 것이리라..

아내가 굴비를 손질한다
방향을 바꾸어 

창자를 들어내고 비굴로 만들었다가 
비굴의 꼬리와 지느러미를 잘라내고
다시 굴비로 만든다 

저렇게 비린내를 묻히면서
가계부의 비굴도 굴비로 만들었으리라  

굴비매운탕이 끓어 
굴비(屈非)한 저녁 식탁에
온 가족이 따뜻하게 모였다.



  장사익 - 검은상처의 블루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