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의 편지 


꽃은 피고 지고 오월이 다가 옵니다
뻐꾸기 울고 찔레가 피는 오월이 다가 옵니다
꽃이 지고 필 때마다 소녀를 생각 합니다

어둠 속에서 하얗게 반짝이며 찔레가 피는 철이면
더욱 그 소녀가 보고 싶습니다

아카시아 향기 그윽하던 그 밤
어두운 골목길 가로등 불빛 아래서 나눈
마지막 키스 눈동자를 잊지 못하고
이렇게 편지를 씁니다

나 먼저 돌아서 가라고 
골목길 어귀에 서서 까치발로 손사래를 치며
목련꽃처럼 소녀가 환하게 웃던 그날 밤
소녀는 갓 스무 살 꽃 같은 처녀였습니다

소녀는 끝내 돌아오지 않고
아무도 더는 소녀에 소식을 전해주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나는 보았습니다
희미한 흑백 사진 속에서
그 마지막 밤의 소녀의 입술 눈동자를 잊지 못하고

누렇게 바랜 편지지 위에
읽고 또 읽어서 이제는 낡아버린 옛 사랑의 이야기
수취인 없는 길고 긴 사랑의 편지를.....

오! 무정한 세월이여!
슬픔도 분노도 없이 꽃은 피고 지고
내 머리에 흰 머리칼은 한 올 두 올 늘어만 가는데
또 오월은 이렇게 오고 있습니다


  ♪ 5월의 편지 - 소리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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