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금니의 통증 때문에 밤잠을 설쳤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치과엘 갔더니 의사가 하는 말..

"충치네요.  발치를 해야 합니다"

* 拔齒(발치) = 이빨..아니 치아를 뺀다는 고상한(?) 치과용어.

"그렇게 하면 괜찮나요?   지금 너무 너무 아파서요"

"그럼요.  발치하는 즉시 통증이 사라집니다"

"그럼 발치 하는데 시간은 얼마나 걸리고 비용은 얼만지..?"

"네~ 시간은 1-2분 정도면 되구요.   비용은 5만원입니다"

"아니.. 잠깐 1-2분 일하고 5만원은 너무 비싼 것 아닙니까?"

"그래요?   그럼 이렇게 해 드릴까요?"

"어떻게...?"

"간단합니다.  한 시간에 걸쳐서 천천히 빼드리면 되겠죠?


                 * * * * * * * * * * *


밤새 아픈 어금니 하나 때문에 잠을 설친 적이 있었다.
할 수만 있었다면 그 어금니를 어떻게든 무자비하게 뽑고 싶을 정도로 고통이
지랄같이 심했던 그날 밤.

다음 날 ...
날이 새자마자 쏜살같이 광화문에 있는 단골 치과로 달려갔었다.
그 날 그 병원엔 평소와 달리 인상 찌푸린 사람들이 하나도 눈에 띄질 않았다.
열 두엇을 넘긴듯한 사내아이와 계집아이..
대기실 소파를 넘나들며 소란피우는 그들 둘 말고는 ...

얼마간의 시간이 지났음에도 접수 창구엔 누구 하나 나타나지 않고 소파를
넘나들며 소란 피우는 아이들 둘만이 내 신경을 거슬리게 했었다.

아픈 어금니...  찌푸린 인상.... 아무도 나타나지 않은 접수 창구...
소란스러운...
그래서, 면도날같이 날카롭게 날이 곤두 선 내 신경을 자극하는 아이들 둘...

"야 임마... 늬들 몇 살이야?  짜식들이 시끄럽게 떠들고 있어.."

아이들은 내 신경질로 가득한 소리에 이내 조용했다.   아니... 조용해졌다.

내 신경적인 목소리 때문이었을까?
하얀 마스크에 가운을 걸치면서 나오던  의사가 눈이 휘둥그래져서 묻는 것이었다.

"얘들아... 무슨 일이니?"

울먹이듯...  떨리는 소리로 의사를 향해 구원을 요청하듯 부르는 소리...  

"엄마...."


그걸 누가 알았나... 젠장~
소란 피워서 혼낸 녀석들이 그 치과 원장 아이들이었는지를...

그 날..  내 어금니 하나 뽑는데 뒈지는 줄 알았다.



사랑이 고통스러워 잠 못 이루는 밤...
그 사랑을 이빨 하나 빼듯 쑥.... 잡아 뽑는다면... 안 아플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