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소화 그리고 그리움

청하 권대욱

돌담장이 낮은 그 집 앞을 지나가는 길에
너의 흐드러진 자색을 보았다네
삶의 지조를 지켜 그리도 고고하건만
오늘 담장 너머 살포시 보여준
그 천년을 고이 접어온 사랑을 알세라


비 가 온다는 이 아침의 걸음길
가득히 담겨진 나그네 눈길이 지나고
푸르름에 밝은 빛은 너의 모습이려니
다만 오늘은 왜그렇게 슬픈지
달 뜬 밤이면 미소를 띄워 다오

너는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돌담장 내리보며 관음미소를 짓지만
저 바람길에 스쳐간 너의 모습이
나에게는 아득한 아픔을 주고
그래서 나는 너를 문득 그리워하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