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의 꿈/문정영



내가 직립의 나무였을 때 꾸었던 꿈은

아름다운 마루가 되는 것이었다

널찍하게 드러눕거나 앉아있는 이들에게

내 몸 속 살아있는 이야기들을 들려주는 것이었다

그렇게 낮과 밤의 움직임을 헤아리며

슬픔과 기쁨을 그려 넣었던 것은

이야기에도 무늬가 필요했던 까닭이다

내 몸에 집 짓고 살던 벌레며, 그 벌레를 잡아먹고

새끼를 키우는 새들의 이야기들이

눅눅하지 않게 햇살에 감기기도 하고,

달빛에 둥글게 깎이면서 만든 무늬들

아이들은 턱을 괴고 듣거나

내 몸의 물결무늬를 따라 기어와 잠이 들기도 했다

그런 아이들의 꿈속에서도 나는 편편한 마루이고 싶었다

그러나 그 아이들이 자라서 더 이상

내 이야기가 신비롭지 않을 때쯤, 나는 그저 먼지 잘 타고

매끄러운 나무의 속살이었을 뿐, 생각은 흐려져만 갔다

더 이상 무늬가 이야기로 남아 있지 않는 날

내 몸에 비치는 것은 윤기 나게 마루를 닦던 어머니,

어머니의 깊은 주름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