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이렇게 살고 싶었습니다/배찬희


한평생 무명 옷 입고 사는

소박한 개울물처럼

앞 내, 손짓하면

부끄럼 빛내며 뒷내 종종 따라가며

가장 낮춤으로 가장 높아지는

진리를 아는, 흐르는 강물처럼

나 이렇게 살고 싶었습니다.

꿩꿩, 앞 산 까투리 울면

뒤 산 장끼 푸드득- 화답하고

맨발로도

홑바지로도 늘 마음 넉넉한

차가운 생각은 가졌지만

따스한 가슴이 항상 더 크기에

언제나 하하

호호, 웃을 수 있는

황토 빛 흑 벽 쌓아놓고도

길 잃은 바람 문 두드리면

기꺼이 쪽문 하나 열어주면서

어서 와라, 손잡아 끌며

그저 맘 하나 편편히 살고 싶었습니다



그러다가 때로 뾰족 고개 드는 욕심

자장, 자장 자장가로 잠 재워놓고

살금살금 발뒤꿈치 높이 들고서

행복하다

행복하다, 이만하면 행복하다

날(生)달걀 굴리듯이

가장 가벼운 날숨소리만 세상 밖에 내놓고

없는 듯, 죽은 듯

하지만, 사람 사는 것처럼 살고 싶었습니다



-아, 참으로 고맙습니다.

그대 있어 아픔까지 별이 되는 이 세상

나 봄꽃처럼 살고 있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