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안도현



내게 땅이 있다면

거기에 나팔꽃을 심으리

때가 오면

아침부터 저녁까지 보랏빛 나팔소리가

내 귀를 즐겁게 하리

하늘 속으로 덩굴이 애쓰며 손을 내미는 것도

날마다 눈물 젖은 눈으로 바라보리

내게 땅이 있다면

내 아들에게는 한 평도 물려주지 않으리

다만 나팔꽃이 피었다 진 자리에

동그랗게 맺힌 꽃씨를 모아

아직 터지지 않은 세계를 주리




*우리가 자식에게 물려주고 싶어하는 건 무얼까. 물려줄 수
있는 땅은 얼마나 될까. 내가 가진 땅을 한 평도 물려주지
않겠다고 말하는 아버지를 자깅은 어떻게 생각할가. 내게 땅
이 있다면 거기에 나팔꽃을 심고, 나팔꽃 꽃씨를 모아서 아직
터지지 않은 세계를 주고 싶어한느 아버지는 자식에게아무것
도 주지 않은 것일까. 더 큰 것을 주는 것이리라. 아름다운
씨앗의 세계, 가능성의 세계, 물질적인 부함보다 더 소중한 것
이 이 세상에 있다는 것을 가르쳐 주는 것이야 말로 가장 값진
것을 물려주는 것이리라.*


-시집 "부모와 자녀가 꼭 함께 읽어야 할 시"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