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 카페에서/ 이정하


언제나
그랬듯이 구석자리는
내 차지였지요

조용한 음악일수록 더욱더 짙게
내 가슴을 파고들고
난 펼쳐진 신문을 보는 둥 마는 둥
오로지 그대 오기만을 기다렸습니다

오늘은 웬일인지 그대가 늦고
그럴 때면 내 마음은
한 자리에 못 있습니다

공연히
찻잔만 만지작거리며
온갖 걱정에 휩싸입니다

혹시 오다가 무슨 일이 생긴 것은 아닐까
평소에는 꽤나 느긋한 편인 내가
그대에게만은 왜 이렇게
안절부절인지 모를 일입니다

주변에
있던 딴 손님들이 흘끔흘끔
쳐다봐도 어쩔 수 없습니다

난 어느덧
반 갑이나 남아 있던 담배를 다 피웠고
마지막 남은 한 개비를 비벼 끄고 있을 즈음

누군가
나를 내려다보고 있음을 느꼈습니다
아아 그렇습니다

그대는
항상 소리없이 내게 나타났지요
소리없이 내게 다가와
내 마른 가슴을 적셔주곤 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