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이 오면/이향아


옛날에 본 서양 영화 '9월이 오면'이 생각난다.
9월이 오면
등불을 높이 켜단 낯익은 문간
옥빛으로 가라앉은 거울 앞으로
고개 숙여 가만히 돌아오겠노라는
9월이 오면
지난 여름 흐느낌은 묻어버리고
소식처럼 불어오는 소슬한 바람
내 속에서 천천히 일어서겠노라는
그런 내용이었을 거다, 아마.

그 시절 나는 어리고 꿈은 어여뻤었다.
풋나물 분내 번지는 땅끝 어딘가
금단추 별을 따듯 서성이곤 했었다.
9월이 오면,
9월이 오면,
그 후로도 9월은 해마다 와서
아직도 못다 사룬 꿈을 밝히고
분별없이 가슴을 울렁이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