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가기 전에

寂 明 김 용 희

나 그대를 보고파 합니다
못내 아쉬웠던 우리의 지난날
초록 우거진 숲길 모퉁이
그대와 거닐던 백사장도
지금 쓸쓸히 낙엽만 구르고
외로운 마음에 서성이는데

말없이 수놓았던 지난 일들을
이 가을 가기 전에 접어두려고
길가 모퉁이 홀로 서서 방황하는 건
당신의 모습을 그리기 위해서입니다

가고 오는 세월 속에 묻혀버린
그대와 나
언제나 당신 그리워하는 내 마음은
떨어지는 낙엽에 한 몸이 되어서
가눌 수 없는 구슬픔에 흩어 저 가고

시름으로 보낸 긴 세월이
나의 가슴에 주마등 되어
오늘도 마음속에 스쳐가면은
가을이 가기 전에 당신 곁으로
가쁜 숨 몰아쉬며 달려갑니다

예쁜 지난 추억 간직하려고
높은 하늘 구름과 벗을 하며
낙엽 쌓인 그 길에 홀로 앉아서
먼발치의 그대를 생각합니다
이제는 오지 않을 그임이기에
가을이 가기 전에 잊어보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