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안개 - 6. 도봉산정에서

청하 권대욱

붉은 태양이 가을의 서슬에 숨어버린 날
막내동이 손잡고 도봉산자락을 만졌다
아직은 푸르름이 눈시울을 시원케하지만
희멀건 산자락의 가을은 멀잖구나

한땀 한땀 올라가는 계단길에 숨이 가빠도
아이들 웃음소리 가볍게 들리기에 묵묵히
산다람쥐 훔쳐보며 도토리알 발아래로 보면서
만장봉 저 높은 곳을 묵연히 바라본다.

계곡에는 천년묵은 산삼이 쉬어갔음에
졸졸 소리지어 내 귀를 달래주는데
노부부 다정스레 잡은 손길이 아름다웁고
바위에 새긴 글자들은 그저 세월노래하네

도봉산 석굴암 부처님은 묵언응시로다
세상의 풍진을 저 아래로 굽어보시니
속가중생 작은 발원올림에 숨이 가빠져
오직 부모만수무강 가화풍요로움이로다

올려보는 저 바위는 하늘과 맞닿음에
현기증이 구름함께 스쳐가더라마는
가는 길은 예서 멈출 노릇이 아님에
아들등판이 그리도 듬직하기만 하더라

오호라 천리가 저 아래인걸 이제사 알겠구나
후두둑 내리는 빗방울도 자운봉을 피해가고
선인봉스쳐가는 아랫세상이 너무도 하찮구나
구름을 바라보메 이 세상이 가소롭다

천축사 일주문은 어느 하늘로 사라졌는고
소원성취천불보살님이 나그네를 맞이하고
심산곡수를 산하에 뿌려주니 감로로다
차곡 내리걷는 발걸음에 햇살마져 없구나

뒤돌아보며 왔던곳을 기억하노라니
내 아이야 추억거리임에 사진한장 남기고
산정에 두고온 어설픈 마음일랑 생각말고
세상사 풍진속에서 독야 청정하고프네

2005년 개천절 아이와 같이 도봉산에 오르다.
약수물 한사발에 세상이 맑아집니다.. 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