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안개 - 8. 왕불암산정(往佛巖山頂)

청하 권대욱

설레임에 뒤척인 잠결에도 보인다네
산이 고와 산이었기에 나는 간다네
낯선이와 두런 두런 담배연기날리며
처다보는 산정에는 구름마져 흔적없네
아마도 저곳에는 선녀님이 오시려나

푸른 소나무의 그늘에는 작은 배밭하나
천년묵은 물고사리에는 이끼뭉치끼고
다람쥐가 다녀간듯 작은 새암에는
흘러오는 세월처럼 애처럽게 이어지고
나그네의 걸음에는 희망서려 좋구나

구름켠에 단풍닢새 흔들리고
솔바람은 어디론가 사라져가네
도봉산자락이 너울대고 수락산은 지척이네
한강물이 찬연하게 비쳐주니
인간세상은 하염없어 보이구나

석장봉이 처다보는 눈길은 애처롭고
홀로 휘날리는 산정의 태극기우뚝한데
산사람은 작은 흔적으로 남고
세상풍진 떨치려 이리들모여있나
삼각산이 희미하네 여기가 도솔인가

천년묵은 노송이 만장봉을 손짓하니
나그네도 따라손짓하여 보노라
필암인가 천보인가 그대 이름자 고와
이 자락에 내 마음두고 가려하니
작은 인연 남은 곳이 저 곳에 보이네

석천암 부처님은 작은 미소보여주고
길 묻는 보살님네 땀방울이 곱구나
풍경소리 산바람을 채색할 때
노스님네 부도탑은 어느세월갈꼬
일주문에 산그림자가 하염없구나

대웅전 억겁미소 나그네를 달래주고
마애삼존 천의무봉이 드리울때
사리탑 저 높은 곳에 극락이 보일세라
작은 염원 삼배속에는 내 마음이 남고
나그네의 합장에는 번뇌마져 없구나

스님 뒷짐에는 풍상이 사라지고
아쉬움이 뒤돌아 보는 산사에는
범종소리 은은하니 누구의 염원인가
일주문 높으니 내 마음도 높아지고
석양에 비치는 나그네 그림자만 남네

---2005..10.15
불암산에 다녀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