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의 일/김용택


저기 저 가만가만 흔들리는 나뭇잎 하나

풀잎 한줄기가 그냥 흔들리는지 아냐

나도 풀잎처럼 아픔없이 휘고 싶다

온갖 것들 다 게워내고

햇살이 비치는 맑은 피로

나도 저렇게 부드럽고 연하게 가만가만

흔들리고 싶다

가만히 땅위에 누워서 텅빈 하늘을

아무 생각없이 바라보고 싶다

저기 저 흔들거리는 상수리 나뭇잎 하나

땅 위에 바로 선 풀잎 한줄기가 그냥 흔들리는지 아냐

지구의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