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의 노래 - 10. 삼각산여정



청하 권대욱

하늘이 붉게 물어들가면 나그네는 가던길멈추고
숨은벽에 도사린 긴 그림자를 봅니다.
걸어온 자취는 바람에 실려갔지만
눈길에 남겨던 발자국은 길게 따라왔습니다.
아마도 능선길에 남겨두고픈 미련인가봅니다.
뒤돌아보려니 차마 남겨둠이 싫어집니다.

하얀 눈길 걸어가던 길에는 대남문이 우뚝하고
그 너머 속세에는 작은 인연들이 남아있기래
나그네의 걸음길은 멈출 수가 없습니다.
아득히 보이는 도봉산자락에도 노을입니다.
무엇을 그리고 망연히 바라보는지
오늘은 바람마져도 같이 멈추어 있습니다.

화계사 일주문이 그리 높아서 처다보지만
두 눈에 비치는 저 하늘은 아마득합니다.
칼바위 능선길에 불어오던 새찬 바람도
이제는 도란 도란 속삭이기만 합니다.
지친 걸음이 재촉하지만 아직은 산록입니다.
남은 호흡을 가다듬고 노을을 다시 봅니다.

동장대 그 높은 기상이기에 역사도 보입니다.
함성소리가 스치고 지나가면 세월도 보입니다.
저 밑의 길가에는 작은 세상이 우스워보이고
나그네의 작은 숨결에는 번뇌가 서립니다.
성벽이 길게 드리워진 곳에는 그림자가 길고
나그네의 그림자도 따라 길어집니다.

만경대 너머 인수봉이 그리도 아름답지만
나그네에게는 미지의 세상인양합니다.
가마득하게 날리던 흰 빛의 태극기는
이 바람에는 어이 하고 있을런지 모릅니다.
그냥 용암문길을 나서면서 바라만 봅니다.
저 아래 도선사길이 보일것이니까요.

옹달샘도 얼어버린 작은 계곡길에는
정다운 부녀간의 걸음길이 한창입니다.
빙 돌아 거닐던 산성의 그 자욱 자욱에
남겨둔 흔적이 이 눈길에도 남겨두니
그것도 미련인가하여 두려워지지만
남은 마음이야 무슨 여정이련가합니다.

--하산길 도선사에서 올려본 만경봉은
참으로 아름다웠습니다,.,,

   청하   권대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