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봄날/나희덕

청소부 김씨
길을 쓸다가
간밤 떨어져 내린 꽃잎 쓸다가
우두커니 서 있다.
빗자루 세워두고 빗자루처럼
제 몸에 꽃물 드는 줄도 모르고
불타는 영산홍에 취해서 취해서

그가 쓸어 낼 수 있는 건
바람 보다도 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