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비 / 신형식

살며시 다가와서
무조건 손부터 내미시는 당신.
얼떨결에 그대의 손목 잡으면
그대 톡, 톡
나의 대지를 두드리셨지요.

뜨거운 눈물로 풀어내던
저 깊숙한 곳으로 부터의 이야기를
나도 새파란 귀 쫑긋 내밀어
듣고 있노라면,
쳐다보고 있노라면
여쭈어 보고 싶었지요.
이렇게 더디 오시는 그대 속내를

인정할 것은 인정하자고
봄비, 저만치서 내리는 날이면
그대 어디쯤 오시는지 마냥 궁금해
파리한 추억의 손목 잡고
어설픈 진맥(診脈)을 해 보네요.

톡, 톡
올해도 그대는
두근대며 오시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