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척박한 가슴에 온 봄 / 김영승


우리 동네 향긋한 들길 걸으면 두엄냄새
상큼히 코끝 찌르고 학교에서 돌아오는 학동들
등에 맨 예쁜 가방 위에 쌓인
변두리 황토 흙먼지
과수원 나무 사이사이 쥐불은 검게 타고
목장 젖소들 음매음매 되새김질 하는데
작은 교회 지붕에 숟가락처럼 걸린 십자가도
눈물겹고 이제 다시 돌아온 탕자의
무거운 발길 또 무섭다
무슨 변고가 또 있을까
나 같은 죄에 물든 미물도 다 살아가는데
새싹이 돋을 거라고 꽃이 또 필 거라고
그 무슨 못다 기다린 슬픈 사람이 남아 있다고
봄비가 내리듯 술로 적셔야겠다
썩은 고목에 버섯이라도 돋게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