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린다는 것 / 이정하

귀향하는 열차를 기다립니다.
그래, 산다는 것은
무언가를 끊임없이 기다린다는 것.
기다린다는 것은 또한
곁에 있건 없건 그 대상에게서
눈을 떼지 않겠다는 뜻.
일의 결과를 기다리고,
해가 뜨고 지길 기다리고,
오지 않을 사람을 기다리다
끝내는 죽음마저 기다리는,
그리하여 기다리는 그 순간이 모여
우리 삶이 되질 않았던가.
그 중에서도 내 가장 소중한 기다림, 그대여.
내 인생의 역에 기차가 거짓말처럼 들어와 서고,
그대가 손을 흔들며 플랫폼으로 내려설
그 눈부신 시간을 기다리네.
기다리고 또 기다리네.
그대여, 어서 오기를.
그래서 먼 여행 끝의 피곤함을
모두 내게 누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