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김경미


"아침에 일어나면

어떻게 하면
어제보다 덜 슬플 수 있을까
생각해요"

오래 전 은동전 같던 어느 가을날의 전화
너무 좋아서 전화기째 아삭 아삭
가을 사과처럼 베어먹고 싶던 그 설운 한마디

어깨 위로 황금빛 은행잎들 돋아 오르고
그 저무는 잎들에 어깨 집혀 생이라는 밀교
밤의 어디든 보이지 않게 날아 다니던
돌아와 찬 이슬 털며 가을 밤
나도 자주 잠이 오지 않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