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에 푸른 잎/이소암




가까이 있는 그를
멀리 보고 돌아온 날 저녁.
마지박 동백잎
노란 신발 벗어들고 뛰어 내렸다.
한 잎이 몰고 온 강한 회오리 바람,
기억하는 모든 것들로부터 격리시킬 듯
가슴 한복판
굵은 기둥을 세우며 치솟아 올랐다.
휩쓸리지 않으려면
깊숙이 뿌리를 박아야 해, 먼저
낙하한 동백잎들이
종잇장같이 얇은 몸을 뒤척일 때
그 소리 내 몸에 옮겨 적으며
서릿발 같은 밥을 삼켰다.
내 몸 어디선가
울컥울컥 붉은소리 들렸다
소리나는 곳 따라 더듬으면
자꾸 푸른 물이 묻어 나오고
푸른물 고인 자리마다
여리고 푸른 잎 고개를 디밀었다.


-시집 "그 숲에 당신이 왔습니다." 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