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오후 5일마다 열리는 장날이라며 집사람이 옥수수차를 끓여먹을 옥수수를 튀러 가야
한다고 하면서 지난해 따서 말려 어머니께서 주신 옥수수를 챙기기에 날씨도 덥고 비도 간간
히 내리고 하여 제가 차량으로 태워다 주어야 할 것 같아 저도 같이 갔었습니다.


 


남원 공설시장 안에는 튀밥 튀는 집이 두 군데 있는데 제가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오는 동안
에 집사람은 공설튀밥 집에 옥수수를 맡겨 놓고 나와 중간에서 만나 조금만 있다가 오라고
했다 하기에 잠깐 시장 구경을 하자고 하며 아무것도 살 것이 없는데도 시장 안을 돌아 다녔
습니다.


 


채소 등을 파는 골목은 그야말로 장관입니다. 100여명의 할머니들이 직접 집에서 가꾸어 가
지고 나오신 연한 깻잎이며 두벌 콩, 애호박, 오이, 부추, 풋고추 등등 싱싱한 채소들이 너
무 먹음직스러웠고 생동감이 있고 풍족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잠깐 시장구경을 마치고 튀밥 집에 갔더니 저의 옥수수는 튀밥기계 속으로 이미 들어가 모습
이 보이지 않아 등 받침대도 없는 긴 의자에 앉아서 기다렸습니다. 튀밥기계 4대가 계속 돌
아가는데 가스로 불은 지피고, 기계의 회전은 2대당 모터 1대씩을 이용하고 있어서 예전에
장작으로 불을 때면서 손으로 불무를 돌려 튀밥을 튈 때 보다는 수월하게 일을 하고 있었지
만 50대 부부가 4대의 기계를 이용하고 있어서 한참 바쁘게 움직이고 다 튀긴 것을 꺼내고
또 기계에 넣고 잠그고 하는 동작들이 너무 자연스럽고 멋지게 하시고 계셨습니다.


 


의자에 앉아 기다리면서 보니까 어떤 60대 할머니는 보리차로 끓여드실 보리를 튀겨가지고
가시면서 요금을 지불하시고 튀밥집 주인아주머니가 거스름돈 1,000원을 내드리자 다시 그
돈을 주인아주머니에게 드리자 받지 않으려고 하는 것을 “내가 다 알아” 하시면서 기어이
드리고 가시자 주인아주머니가 “고맙습니다. ”하고 인사를 하시더군요.


 


저의 우측에 집사람이 앉아 있었고 그 옆에 60대 초반의 할머니가 앉아 계셨었는데 집사람
이 “오늘은 보리차, 옥수수차, 무우차, 콩 같은 것만 튀긴 분들이 많고 튀밥 튀는 분이 없
어서 튀밥한번 맛도 못 보겠네.”하고 말하자 옆에 계시던 할머니가 웃으셨습니다.
용케 운이 좋았는지 잠시 후에 펑--하고 소리가 나더니 하얀김이 솟아오르고 오랜만에 듣는
소리여서 인지 반가움과 속이 시원함을 느끼자마자 떡가래 튀밥이 철망 속에 가득히 나왔습
니다.



철망에서 소쿠리에 부어놓은 떡가래 튀밥을 보고 집사람이 다가가서 3개를 집어와 옆에 계시
던 할머니도 드리고 저도 한개 주어서 맛을 보고 있는데 어머니를 따라 튀밥 튈 것을 들고
온  어느 젊은이도 자연스럽게 튀밥 소쿠리로 다가가 몇 개 집어와 맛을 보고 있었는데 떡가
래 튀밥의 주인이신 할머니께서 다른 쪽에 계시다가 제가 앉아있던 긴의자 우측 끝에 짐을
올려놓으시고 소쿠리에서 떡가래 튀밥을 양손으로 한 웅큼 들고 오셔서 맛이나 보라고 하시
며 주시고 난 후 우측 앞쪽에 앉아 계시던 아주머니 두 분한테도 한 웅큼 가져다주시더군요.


 


저의 옆에 앉아 계시던 할머니는 작년 가을무우 말린 것을 차를 끓여 드시기 위해 튀기셨는
데 거의 동시에 나와 튀긴 것이 식을 동안 한참 같이 앉아 계시다가 저와 집사람이 직사각형
으로 된 가는 철망이 쳐있는데 펼쳐놓은 옥수수를 큰 비닐봉지에 담으려고 하는데 어색하게
하자 그 할머니도 비닐봉지를 잡아주시고 어머니를 따라 온 30대 남자도 비닐봉지를 잡아 주
어 하나도 흘리지 않고 잘 부었는데 할머니께서 “그거하나 붓는데 네 사람이 허네”하십니
다. 사실 튀 밥집 주인은 혼자서 하시더군요.ㅎㅎ
   
집사람이 비닐봉지를 묶고 난 후 계산을 하고 막 출발하려는 순간 같은 의자에 앉아 계셨던
 할머니는 검정 비닐봉지에 무우 튀긴 것을 한 웅큼 넣어 묶어서 아무 말씀 한마디도 안하시
고 집사람한테 던져 주시자 집사람은 “저는 아무것도 안 드렸는데요. 감사합니다.” 하고
인사를 하면서 튀밥집에서 나왔습니다. 아직도 시골의 인심은 그렇게 따뜻하게 살아 있었습
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