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돌/황동규


투명해진다.
하늘이 탁 트이고 딱지 앉았던 벌레 구멍 터지고
남은 살 자잘히 바스러지고 잎맥만 선명히 남은 이파리
늦가을 바람을 그대로 관통시킨다.
비로서 앞뒤 바람 가리지 않게 되었다.

산책길에 언제부터인가 팽개쳐 있는 돌
문득 눈에 밟혀 길섶 잇몸에 박아준다.

덮을 풀 한 포기 마른 나뭇잎 한 장 없이
한데 잠든 돌 꿈을 꾼 아침
혹시 딴 데로 옮겨줄까 다가가니
그는 하얀 서리를 입고 앉아 있었다.
괜찮다고,
하루 한 차례 볕도 든다고, 이처럼
마음 한가운데가 밑도 끝도 없이 내려앉는 절기엔
화사한 옷도 마다하지 않는다고,
앞의 햇빛 가리지 말아 달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