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단산 솔바람

청하 권대욱

가을이 익어간다기에
으악새 벗삼아 산길을 나섰다네
낙엽송 오랜 세월 노래하는 길섶에는
다람쥐의 마중이 정겨웁고
작은 샘터는 어딜가고 없는 날
하늘만 무심히 이 가을을 재촉하누나

한강물은 저 아래 멀고
예봉산이 희미하건만 가을비는 언제런가
팥배나무 붉은 기운이 산록을 드리울제
청설모 종종걸음 외로우니
짝을 잃어버렸나 보다
산길 나그네의 눈망울은 가을빛에 젖어드네

태초에 선인이 있어 이 산자락을 노래하였으니
낙락장송 홀로 그 세월을 지키누나
솔바람 잦아들어 서산 해 스쳐가니
한강물에 서린 저쪽 산록 고와라
양수리 고운 물결은 지척이건만
도솔천은 저 멀리 희미하여 서러웁구나

세월이 바람결에 스쳐감을 오늘에 알았으니
올 가을이 이제는 그여 하직인가
우리 같이 귀 밑머리 더 하애지면
그 먼 뒷날 지기와 다시 이 걸음 하렴일세
은행잎 노란 그림을 저 하늘가에 드리우니
서천의 석양은 말 없이 세월을 기약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