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정을 위하여 / 홍해리


조선낫 날 빛 같은 사랑도
풀잎 끝의 이슬일 뿐
절정에 달하기 전
이미 내려가는 길
풀섶에 떨어진 붉은 꽃잎, 꽃잎들
하릴없이 떨어져 누운 그 위에
노랑나비 혼자 앉아
하마하마 기다리고 있다
절망이 아름답다고
노래하는 시인이여
슬픔도 눈물로 씻고 씻으면
수정 보석이 되고
상처도 꽃으로 벌어
깊을수록 향으로 피어오르는가
마음을 닦아볼까
스스로 깊어지는 숲
속으로 들어가
흔적도 남기지 않는
바람을 만나네
무거운 마음 하나 머물고 있는
바위 속을 지나니
절정은 이미 기울어지고
풀 새 벌레 한 마리 들리지 않네
목숨 지닌 너에게나 나에게나
절정은 없다.

-푸른느낌표! [2006]-

시가 어렵다고 하신분들의 이해를 돕기위해 홍해리님의 해설을 옮겨보았습니다.

詩가 어렵다고들 합니다.
정말 어려운 시도 많습니다.
문제는 어려운 것 같으면서도 쉬운 시가 있고 쉬운 듯하면서도 어려운 시가 있습니다.

어렵다고 생각이 되면 읽으면서 느끼면 됩니다.

시란 자신을 표출하는 하나의 수단이면서 동시에 예술로서의 승화가 돼야 합니다.

한평생을 살면서 한 순간 순간이 절정입니다.

'지금 여기(here now)'가 절정입니다. 절정을 찾아 정상에 오를 수는 없습니다.

정상이라고 생각되는 순간이 벌써 내려가는 길입니다.

「절정을 위하여」는 그래서 쓰여진 작품입니다. 절정은 없습니다. 지금이 절정입니다.

시를 발표하면서 시에 대한 해설이 있으면 좋겠다는 분들이 있어 앞으로는 간단하게나마 사족을 다는 일도 있겠습니다. 그러나 사족은 사족일 뿐입니다. 왜냐하면 뱀은 발이 없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