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도는 자의 노래/신경림


외진 별정우체국에서 무엇인가를 놓고 온 것 같다
어느 삭막한 간이역에서 누군가를 버리고 온 것 같다
그래서 나는 문득 일어나 기차를 타고 가서는
눈이 펑펑 쏟아지는 좁은 골목을 서성이고
쓰레기들이 지저분하게 널린 저잣거리도 기웃댄다
놓고 온 것을 찾겠다고

아니, 이미 이 세상에 오기 전 저 세상 끝에
무엇인가를 나는 놓고 왔는 지도 모른다
쓸쓸한 나룻가에 누군가를 버리고 왔는 지도 모른다
저 세상에 가서도 다시 이 세상에
버리고간 것을 찾겠다고 헤매고 다닐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