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의 숲

      작은 숲길 사이
      풀내음 코끝을 스치는 봄날
      어깨를 짓누르던
      무거운 십자가 지시고
      돌뿌리에 걸려
      세번 째 넘어지심에도
      하늘의 부름에 순명하셨던
      나의 아버지시여

      언제 쯤이면
      이 못난 가슴에 그득 담긴
      오막살이 같은 허무 거두고
      당신 밟고 가신 하늘 계단
      침묵의 기쁨으로
      비오는 여름도 마다 않고
      우산 없이
      기꺼이 걷겠나이까

      오로지, 당신만 바라보고
      홀로 걷는 고독한 영혼
      세상 바람과 속삭이며 간음한 죄
      불쌍히 여기시고
      어여삐 어루만지시어
      바른 걸음걸음 도우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