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독 3

오랜 시간, 홀로라는 고독이
온몸을 깊숙이 잠식해 버린 탓인지
길고 긴 기다림 조차도
그 어떤 날엔 나를 무겁게 짖눌러
의미를 잃어버린다는 거
긴 기다림 끝의 만남도 기쁨 아닌
두려움이 되어버린다는 거
살아오는 동안
아니, 버텨오는 동안
세상 모든 것은
내 상처의 대상이 되어버렸지
어느새 이렇게 작아진 걸까
초라하게 움츠러드는 내 모습에
그만 울컥 눈물이 솟는다
무엇때문에 자꾸만 작아지는 걸까

홀로라는 이유로
세상은 언제나 야박했어
이제는 고독마저
나를 삼켜버리려는 것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