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의 사랑/김석규


세상 속으로 꽃이지고 저녁이 오고 봄날이 간다
한 사람 생각으로 해동갑하는 봄날
슬픈 것만 오롯이 남아
아름다운 날은 가고
채 익지도 않은 열매를 던져버릴 때는
팔이 부러지도록 아팠던 게지
열흘을 웃다가 갈 꽃이 세상에 어디 있느냐
이 날에 이르도록 슬픔하나 내다 버리지 못하고
늙어 간다는 것은 삼킻 수 없는 빗소리
아직도 견인 처리가 되지 않은
각주도 없이 휘감긴 난해한 문장
주야장천 뜬구름 속을 헤매기에 동분서주 했던
통행금지 이후의 어두운 골목을 더듬어 나가며
뒤죽박죽 호박죽이 되어버린
도무지 분리수거가 되지 않는 젊은 한때의 건배!
잊혀진 사랑의 쓸쓸한 그림자를 위하여
안개 깔리는 다릿목에서
밤새가 짖어대는 숲속에서
턱밑까지 차오르는 슬픔을 삭이며
가버린 날의 남루하고 창백한 청춘에 다시 건배!
가슴 저미는 그리움이 있어 해동갑하는 봄날
기적 소리 멀어져 가는 날은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