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비 내리는 게 좋아간다

    나는 비내리는 게 좋아간다 어쩌면, 티없이 맑은 하늘일지 혼백(魂魄)들 나 다니는 삼경(三更)일지 보다도..... 사슬로 이어진 얄궂은 인연들과 외줄타기를 하여 오며 미사여구(美辭麗句)로 치장했던 푸르죽죽한 것들을 벗겨줄 것만 같기 때문이다 오랜 세월 사느라 울고 웃은 여운들이 혼재(混在)되어 있는 그러나 이제는 분류(分類)가 거의 다 된 것들 주저(躊躇) 없이 버릴 수 있는 것들을 다 씻어가 줄 것 같기 때문이다 나는 비내리는 게 좋아간다 그러나 한때는, 비오는게 싫었었다 두 발로 대문을 나서며 품은 사소한 것일지라도 비에 가려질까, 무너질까..... 기우(杞憂)에 잠 못 이룬 날들이 가만히 웃으며 다가올 것 같기 때문이다 아직도 기억해내지 못한 것들 아직도 더 낮추지 못한 것들을 일깨워 줄 것 같기 때문이다 지금 내리는 비 내 걸음 쉬는 날, 지우지 못한 업보(業報) 다 늘어놓은 위를 머리조아리는 무릎걸음 안보이게 종일 딱, 하루만 폭우(暴雨)로 내려지길 청하여도 될까..... 0704. 邨 夫 Ad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