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날의 기도 /문병란


여름은 육체의 계절
아직 기도하기에는 햇볕이 너무 뜨겁습니다

내 청춘은 먼 항구에서
한낮의 태양을 겨루어
그 꿈과 사랑을 연습 중이고

아직 주인이 없는 술잔에는
빨간 입술이 철철 넘치고 있습니다

멀리 멀리 떠났던 마음들
등불 밑으로 돌아오지 않고
별똥별이 흐르는 밤
젊은이들은 그 연인들 곁에서
빨간 산딸기의 향기를 음미하고 있습니다

여름은 기도하기에는 이른 시간
개똥벌레의 메시지가 전달되는 곳에서
나의 소년은 이방인의 눈망울에 초롱울 켜고
이 아침 나의 새벽 위엔
고향으로 가는 길을 잃어버리는 시간입니다

주여, 흩어진 발자국들 널려 있는
먼 방랑의 해변에서
나의 야생녀는 바다로 뛰어들고

아직도 나는 기도하지 않습니다
기다림이 끝나지 않은
사향 박하의 뒤안길에서
한 마리 꽃뱀이 혀를 날름거릴 때

나는 돌멩이를 던집니다
자꼬 자꼬 유성이 남으로 흐르는 밤
나는 아직도 아득한 꿈속에서
해바라기의 목을 조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