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날에 마시는 커피 한 잔 / 오광수


이렇게 비가 오는 날엔
창가에 기대어 마시는
따뜻한 커피 한잔이 좋다.

유리창을 쓰다듬는 빗줄기가
지난날 그 사람의 손길이 되어
들고있는 잔을 꼭 쥐게 하면서

한모금 천천히 입안에 모으면
온몸에 퍼지는 따스함으로 인해
저절로 나오는 가벼운 허밍

보고픈 이의 향기였을까?
지나간 이의 속삼임이었을까?
커피 향은 가슴으로 파고 드는데

목 안으로 삼킬때의 긴장은
첫마디를 꺼내기가 어려웠던
첫사랑의 고백이 되어

지그시 감은 눈 앞으로
희미한 얼굴이
빗소리와 함께 찾아온다.

이래서 비가 오는 날이면
나만의 지난날과 함께 할수 있는
따뜻한 커피 한잔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