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화

청하 권대욱

네가 언제 피었다고 말하지 마라
나는 내 가슴에 그냥 담아두련다

핏빛 그리움이 각혈로 펼쳐져도
갯바람 비린내 가득 묻어와도
혼자만 고이 가슴에 남기련다

누가 붉다고 쓰다듬을 터이지만
질투의 가시를 날카롭게 세워서
나에게 보냈던 너의 첫사랑을
수줍게 간직하려는 나에게만 주어라

하얀 구름에 익어가는 너의 여름
지쳐가는 햇살이 숨거든
살짝 바른 연지를 붉게 칠하여
시집간 누이 그리움을 쉬게 하렴.